[미국-이란 전쟁 배경 역사 8편] 선을 넘은 충돌: 2020년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과 보복의 악순환

 7편에서 다루었듯, 2018년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 전격 탈퇴와 초강력 '최대 압박' 전략은 양국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이란의 경제는 마비되었고,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유조선 나포와 무인기 격추 등 일촉즉발의 중동 위기가 이어졌죠.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양국 사이에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암묵적 선'이 존재했습니다. 대리 세력(프록시)을 통한 간접 타격이나 비대칭 도발은 감행하더라도, 상대국의 핵심 고위급 인사를 직접 겨냥한 정면 타격만큼은 피하는 묵계가 있었습니다.


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금기(Taboo)가 단 한 발의 미사일로 산산조각 난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2020년 새해 첫 주,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린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 사건'입니다.

1. '저항의 축'을 지휘하는 이란 군부의 진짜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라는 인물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늘날 중동의 대리전 지형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최정예 해외 작전 부대인 '쿠드스군(Quds Force)'의 최고사령관이었습니다.


이란 내부에서 솔레이마니의 위상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바로 다음으로 꼽힐 만큼 절대적이었습니다.

  • 중동 거미줄의 설계자: 4편에서 설명해 드린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하나의 그물망처럼 연결해 지원하고 지휘한 당사자가 바로 그였습니다.
  • 대중적 영웅: 이란 국민들에게는 서방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ISIL(이슬람 국가)과의 싸움을 이끈 민족적 영웅으로 추앙받았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솔레이마니는 중동 내 미군 기지와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모든 공작의 '머리'이자, 테러를 배후 조종하는 가장 위험한 인물이었습니다.

2. 2020년 1월 3일, 바그다드 공항의 정밀 타격

2019년 말,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대한 민병대의 로켓 포격으로 미국인 민간 군무원이 사망하고, 분노한 친이란 시위대가 바그다드 주이라크 미국 대사관을 난입해 불태우는 대형 사건이 터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든 사태의 배후에 솔레이마니가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2020년 1월 3일 새벽, 시리아를 거쳐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막 도착한 솔레이마니 사령관 일행의 차량이 공항 도로를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미군 최첨단 무인 공격기 MQ-9 리퍼(Reaper)에서 발사된 헬파이어 미사일들이 차를 정밀 타격했습니다.


솔레이마니는 물론,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PMF)의 부사령관이었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등 핵심 인물들이 현장에서 즉사했습니다.


미국이 이란의 정규군 핵심 장성을 제3국에서 암살한 이 사건은 국제정치학계에서도 "사실상의 선전포고"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림자 속에 숨어 싸우던 '그레이존 전술'의 시대가 끝나고, 미국이 직접 이란의 핵심을 단칼에 베어버린 순간이었습니다.

3. 피의 보복 선언과 억울한 비극의 소용돌이

이란 전체는 거대한 분노와 슬픔에 휩싸였습니다. 테헤란에 모인 수백만 명의 추모 군중은 "미국에 죽음을!"을 외쳤고,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가혹한 보복"을 공언했습니다. 이란은 자국 사원에 전쟁을 의미하는 '붉은 깃발'을 내걸었습니다.


며칠 뒤인 1월 8일 새벽, 이란은 성역을 넘은 미국의 타격에 맞서 직접적인 군사 보복 작전('순교자 솔레이마니 작전')을 감행했습니다. 이란 본토에서 이라크 내 미군이 주둔 중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을 향해 십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직접 발사한 것입니다. 미군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수십 명의 미군이 뇌진탕 증세를 겪을 만큼 강력한 직접 타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긴박한 보복의 밤은 원치 않는 비극을 낳고 말았습니다.


미국의 즉각적인 군사 보복 공습을 두려워해 최고 수준의 대공 경계 태세를 발령했던 이란 방공부대가, 테헤란 공항을 이륙한 민간 여객기(우크라이나 국제항공 752편)를 미국의 순항미사일로 오인해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해 버린 것입니다.


이 참사로 탑승객 176명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이란 정부는 처음엔 부인하다 결국 나흘 만에 과실 격추를 인정했고, 이란 내부에서는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대규모 시위가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가셈 솔레이마니 암살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마지막 심리적 방어선을 완전히 무너뜨린 사건이었습니다. 양국은 이제 언제든 상대의 핵심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참혹한 전례를 남겼고, 이 핏빛 악순환은 훗날 양국이 그 어떤 외교적 타협도 쉽게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거대한 불신의 벽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핵심 요약 3줄

  • 금기의 깨짐: 2020년 1월 미국은 MQ-9 리퍼 드론을 동원해 이란 군부의 핵심 실세이자 '저항의 축' 수장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핀포인트 암살했습니다.
  • 이란의 직접 보복: 이란은 이에 맞서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직접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교자 솔레이마니 작전'을 감행하며 전면전 직전까지 내몰렸습니다.
  • 격추 참사의 비극: 보복 타격 직후 미국의 공습을 우려해 극도로 긴장해 있던 이란 방공망이 민간 여객기를 미사일로 오인 격추하여 176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잇따랐습니다.
  • 다음 편 예고: 솔레이마니 암살 이후 중동의 갈등은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통항 위협과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로 이어집니다. 중동 화약고가 다각화되는 전개를 다룹니다.
  • 스브의 한마디: 군사적 실세를 직접 제거해 기세를 꺾으려 했던 미국의 결단, 그리고 사태가 만들어낸 민간 여객기 격추라는 안타까운 참사. 이 사건을 계기로 선을 넘어버린 양국의 관계를 여러분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자유롭게 댓글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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